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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항로 개척과 서남권의 역할
최부홍 목포해양대학교 교수
작성 : 2025년 03월 21일(금) 10:35 가+가-

최부홍 목포해양대학교 교수

[호남매일뉴스] 북극 얼음이 녹아내리고 있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2030년 즈음에는 얼음이 거의 녹아 일년 내내 배가 다닐 수 있는 북극항로가 열릴 전망이다.

북극항로 개척은 1594년 네덜란드 탐험가 바렌츠에 의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빙산과 유빙에 막혀 성공하지 못했다. 그 이후 280여 년이 지나서야 스웨덴의 노르덴셸드가 이끄는 증기선에 의해 세계 최초로 북동항로가 열렸다. 북서항로는 1906년 노르웨이의 아문센에 의해 뚫렸다.

수많은 선원들의 죽음과 희생 끝에 열린 북극항로였지만, 이제는 굳이 개척하지 않아도 지구온난화 덕분에 저절로 열릴 것 같다. 북극항로가 열리게 되면 기존 부산~수에즈운하~로테르담의 남방항로보다 운항거리가 32% 줄어들고 운항일수도 10일 정도 단축된다. 그러면 운항시간과 연료소모량이 줄고 한 번 통과하는데 4억원에 가까운 수에즈운하 통행세도 없어 물류비가 절약되고 탄소 배출량도 줄어들게 된다.

지구온난화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북극해의 얼음을 녹이고 지구 이상기후의 주범이었던 온난화가 이제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해양고속도로 시대를 열어주기 때문이다. 사시사철 배가 다닐 수 있는 북극항로가 열리면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노선을 맘대로 골라 탈 수 있고, 대서양과 태평양을 최단거리로 오갈 수 있다. 그야말로 전 세계 사통팔달 교차로로서 금세기 대항해 시대의 황금 노선이 될 전망이다.

얼음이 녹자 그동안 잠잠했던 북극 지하자원 개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북극에는 전세계 미개발 석유자원의 13%, 천연가스의 30% 이상이 묻혀 있고, 전기자동차, 스마트폰, 첨단 무기 등 하이테크산업의 핵심 재료인 란탄·스칸듐·이트륨 등의 희토류가 다량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북극의 대규모 유전 10개 중 9개, 가스전 50개 중 44개, 해안선의 53%가 러시아 영토에 속해있다. 북극의 보물창고가 대부분 러시아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세계 자원의 보물창고이자 황금 물류항로가 열릴 북극해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가 신해양 시대의 패권을 흔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해양을 지배한 나라가 세계 패권도 거머쥐었듯이, 지중해 연안국에서 대서양의 유럽국을 거쳐 지금은 태평양의 미국이 세계 패권을 흔들고 있지만 북극해 시대가 열리면 러시아쪽으로 힘의 균형이 쏠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미국은 중국과 손잡고 꿈틀거리는 북극곰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1959년 북극해의 입출구에 해당하는 알래스카를 매입한데 이어 최근에는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북극해가 점차 강대국 간의 군사, 외교, 자원, 경제, 물류 전쟁터로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북방물류 전쟁에 뛰어들기 위해 동해와 부울경 동남권을 북방물류, 조선, 에너지 전진기지로 개발하고 부산을 글로벌 허브 도시로 육성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밝혔다.

이러한 동남권의 발빠른 움직임에도 서남권은 손놓고 조용하다. 북극항로가 열리면 북극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온실가스와 유해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연료 추진 선박이 필수적이다. 전남은 햇빛과 바람이 좋은 곳으로서 태양광과 풍력으로 청정전기에너지와 그린 암모니아, 그린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최적지이다. 북극항로를 항해하는 선박에 무탄소 친환경 연료를 공급하는 벙커링기지로서 전남이 딱좋다. 평택당진항과 여수광양항은 북극에서 시추한 석유와 천연가스 및 희토류 등을 경인수도권과 여수산단에 직접 공급하는 북방 자원과 물류의 전진기지로서 매우 적합하다. 아울러 국제크루즈를 타고 유럽과 북미에서 오는 외국 관광객 유치로 북극항로 특수도 서남권은 기대할 만하다.

그런데 사람이 문제다.
극지운항선박을 조종할 수 있는 베테랑이 있어야 북방물류도, 북극 특수도, 북극항로도 선점할 수 있다.

서남권은 극지운항선박 안전기준(Polar Code)을 갖춘 쇄빙선과 내빙선 운항에 특화된 해기인력 양성에 안성맞춤이다. 인천에는 극지연구소가 있고 북극과 남극을 수십 차례 탐험한 아라온호도 있다. 목포에는 고급 해기인력을 75여 년 양성해 온 국립목포해양대학교도 있다. 두 기관이 협력하여 극지전문 해기인력을 양성해야한다.

북극해의 혹독한 추위, 백야와 극야 같은 독특한 환경, 시시각각 변화는 빙산과 유빙의 위치, 얼음 두께와 범위, 수로 및 해도, 북극 지역의 측지학적 특성과 항법시스템, 극지 비상대응법 등을 숙지한 숙련된 극지전문 항해사 양성이 시급하다. 또한 극지운항선박의 내빙설비, 기관설비, 전기설비, 화재안전 설비, 추진장치 등에 풍부한 경험을 지닌 극지전문 기관사 양성도 병행돼야한다.

도산 안창호 선생께서 “백의 이론보다, 천의 웅변보다, 만의 회의보다 풀 한짐 베어다가 쇠죽 쑤어준 사람이 바로 일꾼”이라고 말씀하셨듯이, 어떠한 말과 정책보다도 북극해를 항해할 수 있는 일꾼을 길러내는 것이 북방물류를 선점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북방 특수를 함께 누리고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서남권과 동남권의 역할 분담과 상생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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