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매일뉴스 = 김연희 기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윤덕 의원(전북 전주시갑)이 국립현대미술관·국립중앙박물관·국립한글박물관·국립중앙도서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미술관·박물관·도서관의 수장고는 이미 100%를 넘었고, 화재를 겪은 한글박물관의 유물 10만 5천 점은 남의 수장고에 얹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법으로 추진 중인 수장고 증·개축 사업은 올해 예산이 0원이고, 완공은 빨라야 2030년에나 가능할 전망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수장률은 서울관 152.8%, 과천관 123.6%, 청주관 115.3%(2026. 7. 기준)로 이미 수장 가능량을 넘었다. 수장고별로는 과천 제6수장고 207.4%, 청주 제3수장고 186.3%에 이른다.
여기에 미술진흥법에 따라 정부미술은행이 공공미술은행으로 확대되면 관리 대상 미술품이 3만여 점 늘고 신규 수집도 연 300여 점(2026년 71억 6천만원)이지만, 이를 어디에 둘지 검토한 문서는 제출되지 않았다.
[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은 소장품 44만 점 가운데 약 2.1%인 9천 점만 전시하고 나머지는 모두 수장고에 있다. 소속 국립전주박물관 수장률은 113.3%로 14개관 가운데 유일하게 100%를 넘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추가 질의에 수장률 171%라고 답했으나 산식은 제시하지 않았다. 노후 수장시설 개선비 46억원은 2026년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고, 2027년에야 20억원이 확보됐다.
[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서고는 소장 가능량 1,509만 권에 1,520만 권이 쌓여 수장률이 100.74%(2026. 7., 이관 자료 포함)에 이른다. 2022년 89.3%에서 4년 만에 한계를 넘었다. 도서관은 180만여 권을 세종관과 파주 등 외부로 옮겨 본관 수장률을 88.79%로 낮췄지만, 이는 공간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책을 밖으로 밀어낸 것이다. 총사업비 988억원의 국가문헌보존관이 완공될 때까지 임시 보관은 계속된다.
[국립한글박물관] 2025년 2월 화재를 겪은 국립한글박물관의 소장품 10만 5천 점은 국립중앙박물관·국립민속박물관·국립세계문자박물관 등 세 곳에 나뉘어 있다. 그러나 국립민속박물관과는 2022년부터 2027년 12월까지 제5수장고를 쓰도록 한 시설 이용 협조공문 한 장으로 갈음하고 있고, 보관 비용은 “없음”으로 회신됐다. 국립한글박물관 소장자료 관리 규정 제35조제3항은 소장품을 외부로 반출할 때 보험에 가입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평가만 7회 했을 뿐 가입 실적은 없다.
김윤덕 의원실이 분석한 가장 큰 문제점은 해법이 너무 늦다는 것이다.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대전)는 중간설계에서 총사업비가 453억원에서 863억원으로 410억원 늘어 KDI 타당성 재조사를 받고 있고, 2026년 예산은 0원(전년 대비 5억 3천만원 감액)이다. 당초 2027년이던 완공계획은 2030년으로 미뤄졌다. 경산 수장고(한국조폐공사 1975년 준공 지하동 활용, 423억원) 역시 KDI 사전타당성 평가 중으로 2030년 완공 예정이다. 두 사업을 합치면 1,286억원인데, 완공은 둘 다 2030년이다.
더구나 다 지어도 얼마나 버틸지부터 엇갈린다. 미술관이 KDI에 낸 자료로는 대전과 경산을 모두 지어도 수장률 87.95%, 추가 여력 2,466점으로 3년 반 뒤 다시 포화다. 반면 국회에 낸 답변서에는 31년을 버틴다고 적었다. 그 31년 계산에는 가장 포화된 서울관이 빠져 있다.
두 번째는 수장률 숫자조차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수장률은 2025년 2월 언론에 92%, 기관 업무보고(2026. 6.)에 144.5%, 의원실 회신(2026. 7.)에 152.8%로 제각각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수장고 1㎡에 넣을 수 있는 ‘정원’을 국립공주박물관 392점, 국립청주박물관 50점, 본관 35점으로 잡아 기준부터 최대 11배 차이가 난다.
국립중앙도서관도 업무계획에는 4개 서고 64%, 의원실 회신에는 본관 서고 100.74%로 적었다. 한마디로 국가 전체에 수장 공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어느 곳도 아는 바가 없다는 이야기다.
김윤덕 의원은 “국민이 모은 문화유산을 국가가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포화는 지금인데 해법은 4년 뒤이고, 그나마 다 지으면 얼마나 버틸지 계산부터 엇갈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돈을 더 쓰자는 얘기가 아니라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등 기관별로 따로 짓는 각자도생을 끝내고 총량을 관리하여 함께 쓰자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덕 의원은 19일로 예정된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등을 대상으로 하는 국정감사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에 ▲양 기관 합동으로 국·공·사립 박물관·미술관·도서관 수장 실태조사와 「국가 수장 인프라 마스터플랜」 수립 ▲수장률 산정 기준 표준화와 매년 공표 의무화 ▲세종 국립박물관단지 통합수장고 모델을 확대한 권역별 공동수장고 ▲수장·보존 시설에 맞는 사업 심사 기준 마련과 심사 기간 중 사업 단절 방지 ▲국립시설 간 소장품 위탁보관 표준 절차 마련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김연희 기자 기사 더보기
hnnews346@naver.com